특성화고 취업역량에 대해

한 장 보고서처럼 요약하려 했는데 무척 길어졌다. 이번 선거에 나온 교육감 후보 몇 명에게 가 닿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틀렸다. 너무 길어서 차근차근 읽어 볼 사람은 없을 것 같다. 하고 싶은 말, 해야 할 말의 10분의 1도 안 했는데, 이렇게 간명하게 정리가 되지 않아서야. 이번 생은 틀린 것 같다.

특성화고 교육 정책의 핵심은 <취업>이다. 그런 취업이 학생들의 진로와 삶을 위해 바람직한가 아닌가의 문제는 잠시 접어 두자. 몇 년 전 교육부가 직업계고(특성화고, 마이스터고) 취업률을 따지지 않겠다고 대외적으로 공표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취업이다. 아주 많은 예산이 특성화고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쓰인다.

​취업률을 높이는 방법은 두 가지다. <취업처 발굴>과 <학생 취업 역량 강화>다. 기업의 언어로 말하면 <채용 계획>과 <인재 선발>이다. 두 단어의 뜻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한다. 단어의 뜻을 정확히 모르고 여기저기 갖다 사용함으로써 생기는 사회적 비용도 만만찮다. 대표적인 단어는 <발전>과 <성장>이다. 선출직 선거에 나온 이들이 자신이 사용하는 단어가 정확히 어떤 뜻인지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설명한다면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도 줄어들고, 당선될 확률도 높아진다. 모두 마찬가지다. 정책을 펼치는 사람이든 취준생이든 자신이 하는 말의 정확하고 구체적 의미를 알아야 한다. 자신과 세상에게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 그래야 문제가 풀린다.

<취업처 발굴>과 <취업 역량>의 뜻을 정확히 모르고, 다들 자신의 상황에서 관행적, 주관적으로 이해하기 때문에 특성화고등학교의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고 본다.

​첫 번째, 채용 계획(취업처 발굴)이다. 교육청과 학교는 취업처를 발굴하면 취업률이 올라간다고 믿는 것 같다. 틀렸다. 결론부터 말하면 취업처는 발굴되지도 않고, 발굴해서도 안 된다. 기업의 채용 원리는 단순하다. 사람이 필요하면 채용하고, 그렇지 않으면 채용하지 않는다. 그게 전부다. 사람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는데 뽑는 경우는 없다. 단연코 없다. 협약, 고용지원금, 강제 할당, 온갖 방법을 사용해도 기업은 스스로 필요하다 판단되지 않으면 인력을 뽑지 않는다.

​교육청과 학교에서 노력을 기울인 결과로 기업이 채용 인원을 늘리는 경우는 없다. 만약 그런 경우가 있다면 기업 내부에서는 그렇지 않아도 뽑을 인원이었는데, 마침 때가 잘 맞았을 때이다. 채용 박람회를 생각하면 된다. 채용 박람회에 입주한 기업들은 이미 내부적으로 채용 계획이 있다. 채용 박람회를 하든 하지 않든 기업 전체의 채용 인원은 변화가 없다는 말이다. 고용 창출을 위해 기절한 정도의 돈을 쏟아부어도 별 효과가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업은 그들이 필요할 때만 사람을 뽑는다. 간혹 예외는 있다. 오로지 일자리 창출 목적으로 만들어진 일자리가 있다. 이런 일자리는 바람직하지 않다. 여긴 어디고, 내가 여기서 뭐하고 있는가, 나는 누구인가?라는 철학적 물음만 꼬리에 꼬리를 물게 만드는 나쁜 일자리다. 이런 종류의 일자리 폐해는 <불쉿잡>이라는 책에 잘 설명되어 있다.

​기업에서 근무할 때, 고용부에 매년(또는 때대로) 채용 계획을 알려 주었다. 다른 일로 바쁘기도 한 탓이었지만, 정말 성의 없이 대충 알려주었다. 왜냐하면 채용 계획은 계속 바뀌니까 특정 시점의 채용 계획은 의미 없기 때문이다. 기업의 채용은 퇴충(퇴직 충원)과 증원으로 나뉜다. 퇴충과 증원을 예측하며 매년 채용 계획을 세운다. 분기별 , 월별로 세분화해서 촘촘하게 완벽한(회계장부의 대변과 차변처럼 1명의 오류도 없는) 인력 운영 계획을 세우지만, 매달 채용 계획이 달라진다. 퇴직 인원(퇴충)과 경영 상황(증원, 감원)에 따라 채용 계획은 수시로 바뀐다. 온갖 고생을 해서 겨우 세운 인력 운영 계획을 계속 바꿔야 하는 상황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경영 상황은 세상의 변화에 대한 문제고, 퇴직자는 인간의 마음에 대한 문제다. 퇴직 인원을 미리 관리하고 싶어, 선행적으로 퇴직자 파악을 하라고 현업 부서에 협박도 해보며 온갖 노력을 해 보았지만 역부족이었다.

​구성원의 퇴직도 개개인 사생활의 돌발적 상황과 충동적 마음의 결과물이기 때문에 예측할 수 없다. 그런 개개인의 상황과 의사 결정이 서로 연결되어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을 사회, 세상이라고 부른다. 다른 말로는 경영 상황이라고 부른다. 개인의 상황(퇴직자)과 세상의 상황(경영 상황)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수시로 변하는 상황에 대처하며 퇴충, 증원, 감원을 그때그때 결정하는 인력 운영 계획이다. 매일 수많은 세포가 죽고, 수많은 새로운 세포가 생성되는 몸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과 같다. 이런 유동적 인력 운영 계획에 따라 실제 채용 계획이 주기적으로 바뀐다.(월단위, 분기, 반기 등) 그렇게 나온 채용 계획을 상대편에서는 채용 정보 혹은 취업처 발굴이라고 부른다. 기업과 아무리 채용 협약, 채용 약정을 해도 상황에 따라 이행 여부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취업처는 누군가의 노력으로 새롭게 발굴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큰 기업이든 작은 기업이든 똑같다. 채용 과정이 복잡한가 단순한가의 차이일뿐이다. 기업은 필요할 때만 사람을 뽑는다. 그 필요는 움직이는 생물처럼 유동적이다. 기업에 “채용 계획 있나요?”, “우리 아이 좀 뽑아 주세요”라고 물으면, “현재는 없다”(조사 ‘는’이 중요하다), “연락 드릴게요.”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채용은 우아한 일이 아니다. 일년 계획(혹은 반기, 분기)을 근사하게 세워 놓고, 때가 되면 계획대로 여유 있게 필요한 인원을 탁탁 뽑아 배치하면 현업에서는 ‘좋아요’를 보내주는 그런 일이 아니다.(아주 간혹 그럴 때가 있긴 하다.) 채용(HR)은 전쟁터의 보급 부대와 같다. 언제 어디서 터질 지 모르는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상황이 터질때마다의 대응으로 항상 불안하다.

​또 하나, 취업처 발굴과 연관해 미스매치라는 개념이 있다. 누가 처음 생각해내었는지는 몰라도 천재적 표현이다. 문제의 본질을 가리는 아름다운 표현 때문에 매년 천문학적 세금이 미스매치 해소에 쓰여지고 있다. 미스매치란 기업은 사람을 필요로 하는데, 일하고 싶은 사람은 그 정보를 모르고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정보의 비대칭 개념이다. 구인 정보와 구직 정보를 서로의 니즈와 눈높이에 맞게 연결시켜 고용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 미스매치 해소의 뜻이다. 틀린 말이 아니다. 문제는 실행 방법이다.

국내 채용 정보의 99%(정확한 수치는 아니다. 대략..)는 사람인, 잡코리아, 워크넷에 있다. 취준생이든 전문 직업 상담원들이든 그들이 보는 채용 정보는 똑같다. 공공기관이든 사설이든 전문 직업 상담사라는 사람과 구직 상담을 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무슨 말인지 대번 알 것이다. 모두들 하나마나한 말을 한다. 구직자들이 원하는 것은 구직자 스스로 찾을 수 없는 신박한 구직 정보들인데, 그런 새로운 정보는 없다. 소스가 똑같기 때문이다. 누군가 워크넷, 잡코리아, 사람인 등 웹에 공개된 모든 채용 정보를 API로 끌어와 한 화면으로 볼 수 있다면 오픈된 국내 채용 정보의 대부분을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유저(구직자) 중심의 사이트 하나면 미스매치 문제는 해결된다는 뜻이다.(웹 혹은 모바일 접근성이 전혀 없는 구직자는 제외하고). 미스매치문제 해결을 위한 실행 방법을 보면 과연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세금을 쏟아부어 각 시, 도, 구청, 공공기관, 학교, 단체 등 온갖 주체들이 저마다의 채용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채용 정보 대부분은 워크넷, 잡코리아, 사람인에서 끌어 온다.) 구직자 입장에서는 워크넷도 들어가고, 잡코리아도 들어가고, 사람인에도 들어가고, 지역 채용 정보 사이트도 들어가며 정보 검색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무척 번거롭다. 미스매치 차원에서 구직자라는 유저를 편의성을 생각하면, 국내 채용 정보를 모두 한 곳에 모으는 것이 좋다.

미스매치를 해소를 위해서는 잘 만들어진 통합적 채용 정보 제공 사이트 하나면 충분하다. 세금을 사용해 블록체인의 탈중앙화라는 아름다운 개념처럼 정보제공처를 분산시키면 미스매치 해소는 더 어려워진다. 취업을 더 어렵게 만드는 다양한 생태계를 만들고, 그것을 유지 관리하기 위해 불필요한 예산이 낭비된다. 취업의 문제를 진정으로 미스매치 관점으로 본다면, 유저(취준생,구직자) 입장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취업 정보를 한 곳에 모아야 한다. 우후죽순 맞춤형 사이트는 곤란하다. 모든 구직자들이 한 곳에 모여 모두 해결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자꾸 거꾸로 가고 있다. 세금이 자꾸만 샌다. 예산 집행의 주체는 예산을 지속적으로 써야 자신 조직을 존속시킬 수 있는 구조라 그런 듯 하다. 여러모로 안타깝다. 무엇보다 돈이 아깝다. 교육부에서 고졸취업지원을 위해 중앙취업지원센터라는 것을 만들다는데, 얼마나 깊고 넓은 고민을 했는지, 얼마나 구현되었는지, 얼마나 많은 학생들, 혹은 교사가 방문하고 있는지,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 내부적으로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특성화고등학교 취업 문제에서의 미스매치 문제도 마찬가지다. 각 학교들이 따로 놀면 안 된다. 예컨데, 지역에 ‘ㄱ’기업이 있는데, A학교에서도 찾아오고, B학교에서도 찾아오고, C학교에서도 찾아와 우리 학교 아이들을 뽑아 달라고 말하면 짜증난다. 채용이란 뽑아야 할 때 뽑는 것이라, “언제 뽑는가? 얼마나 뽑는가? 우리 아이들을 뽑아 달라”는 말 따위는 듣고 싶지 않다. 한 번도 듣기 싫은데, 학교별로 번갈아가며 반복해서 듣게 된다. 이 학교, 저 학교, 때로는 교육청, 매년 의미 없는 형식적 행사처럼 학교로부터의 반복적 연락은 기업에게 피로감을 준다. 학교와 기업간 네트워크 강화를 위한 일인데, 역효과가 난다. 직접 모니터링 해 본 바에 따르면 특성화고 취업처 발굴 활동에 대한 지역 기업의 피로감은 이미 임계점을 넘은 것으로 파악된다. 물론 겉으론 여전히 협조적인 기업도 있다. 겉모습이 다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기업과 채용에 대해 알아야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

​특성화고와 (지역)기업의 연계는 하나의 주체가 통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교통 정리를 할 수 있는 주체인 교육청 또는 다른 기관이 역할을 맡아 지역 기업의 채용 정보를 수집하고, 각 학교별로 TO를 배분하고 관리하면 좋을 것 같다. 이런 방식의 취업처 통합관리 모델은 교육청이라는 하나의 주체를 통해서만 일(채용)이 진행하면 되니 창구 일원화로 기업의 피로감이 줄어들고, 학교는 취업 업무가 많이 줄어들어 학교 본연의 역할(본연의 역할이 무엇인지는 아래에)에 힘을 쏟을 수 있다. 교육청, 학교, 교사 등 각 주체의 중복된 활동, 소모적 활동을 없애 실질적 성과를 만들 수 있는 좋은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교육청의 일(조직 구성도 해야 하고)이 늘어나고, 통합 모델을 바라보는 각 학교의 생각도 제각각이라 합의 도출이 어려울 것 같다. 취업처가 많은 학교들은 자신들의 영업 비밀인 취업처 정보를 다른 학교들과 공유하기 싫어할테고, 취업처가 부족한 학교는 반대로 다른 학교의 취업처를 공유하길 원할 것이다.

​좋은 방법은 있어도, 자기들만 잘 되겠다는 생각 때문에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 다른 건 몰라도 교육하는 사람은 그런 태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취업처 통합 관리 시스템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취업률은 개별 학교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의 문제로 접근한다면 기업에게도 좋고, 학교에게도 좋고, 교육청에게도 좋고(일은 좀 많아지겠지만)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교육청에서 개별 학교의 취업률을 따지지 않는다면 가능하다. 지역 취업률이란 해당 교육청 관내의 통합 취업률 하나만 본다는 개념이다. 빈익빈 부익부를 조장하는 방식인 잘하는 학교에 예산을 더 준다는 원칙을 버리면 된다. 교육 예산은 기업 인센티브의 반대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못하는 학교에 예산을 더 쏟아 부어야 한다. 그래야 교육 양극화의 문제도 해결된다.

​학교든 학생이든 못하는 쪽에 관심과 자원을 더 쏟아야 한다. 공교육은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교육이 완전히 무너진다면 이 지점의 둑이 무너진 탓일 게다. 될성부른 학교, 될성부른 학생 중심의 교육은 공교육이 아니다. 사교육이다. 혹자는 그런다. 학교별 예산 배분의 차등을 두는 이유는 뒤처지는 학교들이 자극 받고 자구책을 마련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라고. 예산 지원 받는 학교를 벤치 마킹해 복사해서 붙여 넣듯 그렇게 만들어진 자구책이 중장기적으로 성공했다는 이야기는 묘연하다. 흙수저로 태어난 아이는 금수저로 태어난 아이를 따라잡기 힘들다. 교육도 돈의 문제다. <노력과 성과를 먼저 보이면 돈을 주겠다, 먼저 돈을 주면 노력하고 성과를 보이겠다>사이에서 끝없는 줄다리기만 할 때가 아니다. 학교별 취업률이라는 의미 없는 숫자에만 사로잡히지 않으면 모두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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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취업 역량이다. 이것이 진짜로 하고 싶은 말, 내가 잘 아는 영역이다. 취업처 발굴, 예산 같은 영역은 잘 모른다. 모르고 한 말이다.​

특성화고 취업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는 취업 역량이다.

​전국 특성화고 취업부장교사, 취업부서 교사, 취업 지원관들은 구걸하러 다닌다. 틈만 나면 기업을 향해 “제발 우리 아이들 좀 뽑아 주세요!”라고 말한다. 표현의 차이는 물론 있을 테다. 때로는 당당하게, 때로는 저자세로, 시도 때도 없이 “우리 아이들이 많이 부족합니다. 그래도 착한 아이들입니다. 한 번 믿어 보세요. 잘 부탁드립니다.”라는 말이 디폴트값이다.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기업 혹은 다른 대상과(교육청, 학교 관리자, 다른 교사 등) 취업률보다 학습권을, 취업보다 인권을 외치는 교사들도 물론 있다.

​자신의 아이들을 기업에 밀어 넣는 일은 학교가 할 일이 아니다. 그런 일을 하도록 교사를 몰아도 안 된다. 학교와 기업이 손잡고 취업률만 높이면 안 된다. 앞서 말했듯 높이고 싶다고 높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취업한 학생들이 올해는 실적이 될 지 몰라도, 내년에는 리스크가 된다. 정상적 기업은 문제가 되는 구성원이 졸업한 학교는 점점 꺼리게 된다. 당장의 취업률이라는 집착은 학교, 기업, 학생, 사회 모두에게 해롭다. 특성화고에서 해야 할 일은 기업들이 제발로 찾아와서 “제발 우리 기업에 학생들을 보내 주십시오!”라고 말할 수 있도록 학생들의 역량을 훌쩍 키우는 일이다. 허황된 말이 아니다. 기업은 논리는 단순하다. 좋은 인재가 있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뽑는다. 학교에서 해야 할 일은 기업을 쫓아다니며 “우리 아이들 뽑아주세요”라며 부탁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찾아와 “제발 학생들을 우리에게 보내 주세요”라고 말하게 만드는 것이다. 학교는 그래야 한다. 교사가 그런 일에 집중하게 만들어 줘야 한다. 특성화고 취업의 문제는 개별 학교의 올해 취업률에 대한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연봉과 인기를 떠나 수많은 영역에서 일하는 그런 졸업생들이 한국이란 사회 저변을 어떻게 만들어 나가는가에 관한 문제다.

​취업 역량이라고 하면 오해를 많이 한다. 자소서를 그럴듯하게 쓰는 능력, 그럴듯한 스펙을 갖추는 일, 1분 자기 소개를 준비하고, 예상 질문에 대한 그럴듯한 대답을 준비하고, 면접관이 좋아할만한 표정과 행동을 연습하며 면접을 잘하는 기술을 익히는 것을 취업 역량 강화라고 대부분 생각한다. 틀렸다. 틀려도 한 참 틀렸다. 기업이 사람을 뽑는 이유는 일을 시키기 위해서다. 기업은 일을 잘할 것 같은 지원자를 원한다.

​일을 잘 한다는 것은 단순히 스펙이 뛰어나고, 자소서를 잘 썼고, 면접을 잘 보는 것으로 판단될 문제가 아니다. 일을 잘 할 수 있는 지원자를 뽑는다는 것은 스펙, 자소서, 면접의 대답과 태도 등으로 간단히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기업이 그런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몰라도 한 참 몰라서 하는 소리다. 기업은 스펙, 자소서, 면접 대답 등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중요하게 여긴다고 오해받을 뿐이다. 기업에서 누군가와 함께 일한 경험이 있는 있는 사람, 기업에서 채용을 해 본 사람, 채용 후 부서배치를 해서 일하는 꼴을 보고 배신감과 분노, 안도와 흐뭇함을 한 번이라도 느껴 본 사람은 무슨 의미인지 단박에 알 것이다.

​일이란 의사소통 과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제가 무엇인지 통찰력 있게 정의하는 것이 우선이다. 문제 정의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의사소통을 통해 문제를 정의하고, 의사소통을 통해 문제 해결 방법을 찾고, 의사소통을 통해 하나씩 실행해 나가고, 의사소통을 통해 실행의 결과를 분석하고, 의사소통을 통해 모든 과정들을 수정 보완하며, 의사소통을 통해 다시 문제를 재정의 하는 반복된 의사소통의 과정이 일이다. 일은 의사소통으로 시작해서 의사소통으로 끝난다.

의사소통은 공감이 기반이다. 공감으로 서로 겹치는 영역이 없으면 의사소통이 일어나지 않는다. 전자 제품을 작동 시키는 전기처럼, 의사 소통이 일어나게 만드는 힘은 공감이다. 공감의 전류는 서로의 관심사, 서로의 흥미, 서로의 이익, 서로의 가치 등 다양한 인간의 생각과 감정이 외롭게 떠돌다 서로 겹치는 지점에서 발생한다. 직업 활동의 궁극적 목적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내는 일이다. 소비자가 기업 활동의 결과물인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에 공감해야 지갑을 열기 때문이다. 상품을 만드는 사람들 스스로 그 물건의 가치를 찾을 수 없다면 그 상품이 팔릴 확률은 낮다. 그럼에도 제법 팔린다면 소비자가 속고 있거나, 가치를 미쳐 몰랐거나 둘 중 하나다. 타인의 공감을 얻는 일은 어렵다. “내가 너를 사랑하니 내 마음을 제발 알아줘!”라는 단 한 사람의 공감을 얻는 일도 때때로 너무나 어려워 스토킹, 삶의 포기로 이어지기도 한다. 수많은 사람들의 공감(수요, 니즈)을 지속적으로 얻어내는 일이 기업 활동이다. 이 일은 무척 어렵기 때문에 여러 사람들이 함께 한다. 협동이다. 기업에서는 협업이라고 말한다.

일이란 협업의 과정이다. 협업 하지 않는 일은 없다. 혼자서 캐릭터 작업만 하는 고독한 프리랜서 작가도 제작자와 의사소통하며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대중과 의사소통하며 트랜드를 배운다.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글만 쓰는 작가도 출판사, 편집자, 독자들과 공감대를 만들어내기 위해 의사소통해야 한다. 직업이란 각자의 영역에서 자신들이 하는 일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내려고 함께 힘쓰는 일이다. 기업 내부의 회의, 업무 대화, 의사 결정도 공감을 이끌어내고, 공감을 확인하기 위한 과정이다. 기업의 의사소통이란 협업으로 공감을 만드는 과정이다. 기업의 문제해결이란 자신들이 만드는 가치를 대중들이 공감하고 구매로 이어지도록 만드는 일이다. 이 모든 일은 의사소통의 과정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문제 정의부터 해결, 피드백 반복까지 모두 공감을 확대하기 위한 협업 기반 의사소통으로 이루어진다. 기업의 일이란 협업이며 협업은 곧 의사소통이다.

​의사소통의 대상은 관리자, 부하 직원, 협력사 파트너, 고객, 민원인 등 다양하다. 의사소통의 방식은 주로 말과 글이다. 말은 회의나 업무 대화, 글은 보고서, 메일, 메신저 등이다. 의사소통 능력은 일의 시작이자 끝이다. 취업 역량의 본질은 의사소통 능력이다. 의사소통 능력은 말을 잘하는 것도, 잘 듣는 것도, 매번 기계적 합의와 결론을 이끌어내는 능력도 아니다. 그럴듯한 말로 그럴듯하게 넘어가는 방식의 의사소통은 일을 망치는 의사소통이다. 일이란 맞든 틀리든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는 것으로 시작된다, 생각은 일의 설계도다. 나의 생각이라는 의미 있는 설계도로 구성원의 다양한 생각들을 나누며 가장 합리적인 문제 해결의 방법을 찾아가는 일련의 과정이 일이다. 다른 말로는 직무 수행이다. 직무 수행이란 일하는 행위다. 기업은 일을 시키기 위해 사람을 뽑고, 일을 잘할 것 같은 사람을 뽑는다. 일을 잘하는 능력을 직무 역량이라 한다. 취업 역량이란 직무 역량이고, 직무 역량의 본질은 의사소통 능력이다.

​의사소통 능력은 저절로 갖춰지지 않는다. 훌륭한 의사소통능력을 갖춰야겠다는 굳은 결심으로 갖는 능력이 아니다. 기업에서 요구하는 의사소통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피트니스에서 근육을 키우는 과정으로 접근해야 한다. 세상의 다양한 대상과 주제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고, 그 생각을 글이나 말로 표현하고, 그렇게 표현된 결과에 대한 누군가의 의견과 태도와 상호 작용하며 다시 배우고 성장하는 반복 과정이다. 학생들의 취업 역량을 길러주기 위해 단편적 팁이나 정보, 혹은 면접관 앞의 훌륭한 연기자로 만들어 주는 기술, 혹은 기업이 좋아할 것 같은 사람이 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의사소통 능력은 그 사람의 진실된 생각, 감정, 말, 글, 행동을 통해 업무와 연관된 다양한 이야기들을 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런 이야기들을 서로 나누며 문제를 해결할 줄 아는 능력이다. 취업 역량은 삶을 살아가는 모든 인간이 갖춰야 할 본질적 능력이다. 자격증, 전공 지식, 기업과 직무에 대한 이해 등은 모두 부차적인 문제다. 주객이 바뀌면 안 된다.

​어떤 교사들은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우리 아이들이 가는 기업은 그런 일을 하는 곳이 아니네요. 단순한 일을 하는 곳이거든요. 대기업의 기획 회의에서 요구되는 능력 같은 것을 갖추는 건 특성화고 학생들과 그들이 취업하는 기업의 현실을 몰라서 하는 소리에요”

​의사소통능력은 “야, 저 상자 좀 가져와..!”같은 단순한 일이나, “이번 상품 기획의 문제점과 대안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라는 좀 더 생각을 요하는 일, 모두 똑같이 필요하다. 시키는 일만 정확하고 성실하게 수행하는 기계 같은 학생들로 키워내는 일이 당장 필요하다 여기는 건 곤란하다. 스마트팩토리의 로봇이나, 식당과 매표소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인공지능 로봇과 학생들을 경쟁시키겠다는 비인간적 태도이기 때문이다. 시키는 일만 성실하게 잘 하는 학생의 미래는 어둡다. 자신의 생각이 없는 학생들의 미래는 없다. 삶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미래도 없다.

​입력과 출력이 정해진 일은 가까운 미래에 모조리 인공지능이 대신하게 될 것이다. 미래의 일이 아니다. 이미 빠르게 변하고 있다. 또한 아무리 단순한 일도, 그 일을 통해서 자신만의 진로를 발견하며 더 나은 기회를 만들어가는 의사소통 능력이 없으면 일하는 사람의 미래는 어둡다. 의사소통의 대상은 세 가지다. 사람, 세상, 자신이다. 의사소통은 일하는 행위의 본질이기도 하지만, 삶의 본질이기도 하다. 당연한 말이다. 언어나 문자를 넘어서는 의사소통을 상호작용이라 한다. 교육이란 인간이 세상과 상호작용을 통해 배우고 성장하도록 도움을 주는 일이다.

​단순반복적 일만 하는 생산직이든, 다양한 사람을 만나 설득 해야 하는 영업, 마케팅이든, 혼자서 콘텐츠를 만드는 크리에이터, 작가든 똑같다. 의사소통 능력 없이는 일을 할 수 없다. 얼마나 자주, 얼마나 많이, 누구와 어떤 방식으로 의사소통하는가의 문제일뿐이다.

기업은 채용 과정에서 이런 총체적 의사소통 능력을 짧은 시간 안에 파악해서, “아 저 친구 일 좀 하겠다.” “안 되겠다.”라고 생각한다. 판단의 핵심 과정은 면접이다. 저마다 의사소통 방식과 내용은 그가 어떤 사람인지 말해준다. 한 가지 속성으로 인간 전체를 이해해서는 안 되지만, 적어도 기업에서는 의사소통(말, 글, 행위)이 전부다. 일의 과정이 그렇고, 채용의 과정이 그렇다. 의사소통 과정을 통해 지원자의 의사소통 방식과 의사소통 내용을 조금 확인하며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우리가 원하는 능력(직무 역량)을 얼마나 갖추었는지를 유추해보고 판단하는 과정을 채용이라고 부른다. 보이는 것을 통해 보이지 않는 것을 판단하는 과정이 채용이다.

​특성화고 학생들이 가장 큰 문제는 의사소통 능력이다. 스스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그것을 말하고, 그 말에 대한 상대의 말을 듣고, 다시 그것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과정. 그런 능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일방적 수업, 주입식 교육 때문인지, 많은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엎드려 자는 분위기 때문인지, 취업이냐 진학이냐를 두고 고민하다 랙에 걸려서인지 이유는 모른다. 자기소개서 작성이나 면접 전에 누군가 코칭을 해주지 않으면 자신의 글을 쓰는 것도, 자신의 말도 할 수 없는 상태의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특성화고 학생 뿐 아니다. 대학생들도 조금 나을 뿐 크게 다르지 않다. 취업률로 서열이 정해지는 대학도 마찬가지다. 취업 문제의 진짜 원인은 잘못된 접근으로 취업 문제를 정의하고, 취업 문제에 과도하게 몰입한 탓이라 본다. 취업 문제는 몰입하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부작용으로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취업 문제와 거리를 두는 다른 방식의 접근으로 취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한국을 매년 100명의 신규채용을 하는 쬐끔한 나라로 가정한다면, 삶을 갈아 넣어 취업 준비를 하든, 단 1분도 취업 준비를 하지 않든 취업되는 100명의 숫자는 변하지 않는다. 그 백명에 들어가기 위해 모두가 삶을 갈아 넣는 학생으로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한가? 취업과 상관없이 신나게 배우고 성장하는 학생으로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한가? 학교가 후자의 모습이 될 때 아이러니하게도 기업이 원하는 취업 역량이 강화된다. 교육이 교육 본연의 역할에 가장 충실할 때, 기업이 정말 원하는 지원자들의 의사소통 중심의 취업 역량이 올라간다. 그것도 획기적으로.

​특성화고 학생들의 취업 역량을 높인다는 것은 다양한 대상에 대한 학생 스스로의 생각을 가지게 하는 것, 그것을 말과 글로 표현하게 하는 것, 그렇게 표현된 말과 글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게 하는 것, 그런 반복적인 과정을 통해서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는 태도를 길러주는 것.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배우고 성장하는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는 교육의 목적이기도 하다. 취업 역량 강화는 교육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때 길러질 수 있다. 다른 특별한 방식이 아니라, 수업 시간을 통해 저마다의 생각을 가지고, 서로 말하는 과정, 즉 의사소통 과정을 통해서 길러진다. 이런 방식의 교육이 진짜 취업 역량을 강화시키는 방법이다. 문득 어느 날, 반짝 떠오른 아이디어가 아니다. 기업에서 6천명 가까운 면접자(정확한 숫자는 모른다. 2,400명 정도 채용했다.)와 만났고, 20년 동안 수많은 학생들을 만나며 마주친 의문과 치열한 고민에 대한 답이다.

​채용 과정에서 기업이 첫 번째로 탈락시키는 지원자는 가식적인 지원자다. 가식적인 지원자는 본 모습을 알 수 없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 리스크이기 때문이다. 취업 역량 교육의 시작은 진실성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시작은 해야 할 것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연습을 시키는 것이다. 학생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무엇이든 일단 말을 하게 해야 한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밖으로 표현하게 해야 한다. 서로 나누게 해야 한다. 그 과정이 정말 중요하다. 내용과 논리가 아무리 초라하고 부적절한 태도를 보이더라도 학생들 스스로 생각하고 말하며 의견을 주고받는 경험은 매우 중요하다. 부정적 생각이든, 긍정적 생각이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말하고, 상대 의견을 듣는 상호작용은 배움과 성장의 과정이며, 자신만의 든든하고 훌륭한 가치관을 만들어가는 씨앗이다. 자신만의 가치관은 자기소개서와 면접, 직무 수행의 나침반이 된다. 기업이 가치 지향적 질문을 하며 지원자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하는 이유다. 기업은 사실을 알고 싶다. 사실을 통해 가치 판단을 한다. 가치는 진실이 기반이다. 진실이 없는 가치는 가식이다. 가식은 기업의 리스크다.

학생들 스스로 생각하게 만들어야 한다. 학생들의 입을 열어주어야 한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자신의 언어로 말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그 과정을 통해 인간은 자신의 생각을 가질 수 있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며 서로 의사소통할 수 있다. 바로 그 토대 위에서 성찰과 변화, 배움과 성장을 경험할 수 있다. 반려 동물에 대한 이야기든, 사고 싶은 물건에 대한 이야기든, 철학적 주제, 직무 수행 상황에 대한 이야기든 똑같다. 이런 방식이 처음이 되고, 중간이 되고 끝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자기주도성을 가진 한 사람이 되어 간다. 자기소개서 작성법, 면접 기법 등은 그 다음의 이야기다. 의사소통능력이라는 기초가 든든히 만들어지면, 얄팍한 취업 팁을 몰라도 스스로 자기소개서를 잘 쓰고, 면접도 잘 볼 수 있다. 천편일률 획일적 상태의 가시적 지원자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자신의 언어로 말하는 지원자가 훨씬 매력적이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가 된다. 대체로 그런 지원자들이 일도 잘 하기 때문이다. 채용 인터뷰는 연기 실력을 가늠하는 오디션이 아니다.

​하고 싶은 말은 간단하다.

​취업(률)을 위해 특성화고에 들어가는 어마어마한 예산을 의미 있게 쓰자는 것이다. 예산을 쓰든, 쓰지 않든 결과가 똑같은 영역에 무의미한 돈을 붓지 말자는 것이다. 교육청과 학교는 당장의 취업률에 연연하지 말고, 그 돈을 학생들을 위해 쓰자는 말이다. 학생들을 위해 쓴다는 말은 학생들이 학교에 있는 동안 재미있고 의미 있게 배우고 성장하는 경험을 하게 만들자는 뜻이다. 배우고 성장하는 경험이란 수업 시간에 학생들 스스로 참여하는 수업, 각자의 생각을 말하고 서로 나누는 수업, 자기주도성과 자기객관성의 균형을 잡아가며 의사소통하는 수업,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배우고 성장하는 수업을 뜻한다. 그런 수업을 만들어가자는 뜻이다. 아주 조금씩이라도.

​그 방식과 내용이 무엇이 되든 상관 없다. 평소 교과 수업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그런 방식의 수업이 이루어지면 좋겠다. 그래야 가장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교육이 이루어질 테니. 교과 선생님들이 5분, 10분씩이라도 학생들간의 자기주도적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도록 연구를 하면 좋겠다. 누가누가 더 자기주도 의사소통 수업(명칭을 뭐라고 부르든간에)을 잘하는지를 두고 서로 경쟁을 붙였으면 좋겠다. 그런 경쟁은 많이 할 수록 좋다. 그것이 내가 아는 한 진짜 취업 역량을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중심에서 벗어나면 아무리 문제를 해결해도 끝없이 문제가 생긴다.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은 새로운 문제를 만들 뿐이다. 좀 단순해지자. 우리 아이들이 어떤 대학을 가는가? 어떤 곳에 취업하는가? 얼마를 벌고 어떤 사회적 대우를 받을 것인가에 집중하지 말자. <우리 아이가 어떤 사람이었으면 좋겠는가?>에 집중하자. 살면서 어떤 상황에 놓이더라도 변치 않기를 바라는 우리 아이의 본 모습을 생각하자. 아이가 살아가면서 만날 힘겨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기본 힘을 길러주는 것, 그런 과정을 통해 삶의 의미와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건강한 가치관을 정립시켜주는 것. 그 지점이 교육이 시작되고 끝나는 곳이 생각한다. 그런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면 많은 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다. 그 중 취업 문제, 진로 문제가 가장 먼저 해결되리라.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살고 싶은지 스스로 아는 것. 그것이 일을 잘할 수 있는 능력, 취업 역량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이 순간에도 기업은 그런 지원자를 찾고 있다. 교육이 취업에 끌려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교육이 취업을 이끌었으면 좋겠다.

P.S : 특성화고 취업 문제와 대안을 말했지만, 특성화고만의 문제는 아니다. 공부하고 일하는 삶에 대한 이야기다. 무엇보다 교육을 진학과 취업으로 나눠 접근하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서울대를 나와도 취업 걱정을 하는 시대에 진학이란 취업 문제를 잠시 미루는 결정이다.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진짜 문제를 잠시 미루기 위해 삶을 바치지 말았으면 좋겠다. <어떤 일을 하고 살 것인가?>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평생의 대답 과정이다. 두 질문에 대한 대답 과정으로서의 교육이 이루어지면 좋겠다.

하정필 스스로진로교육연구소장

Comments

“특성화고 취업역량에 대해”에 대한 2개의 응답

  1. 이희옥 아바타
    이희옥

    상대의 말을 듣고 내 생각을 정리해서 말하는 기술,
    문제를 파악하고 수정 보완하는 능력…
    그것이 교육의 핵심이다라는 글에 공감합니다.

    공부하고 일하는 삶에 대한 진심이 느껴지네요.

    세상에 이런 글이 많아져서 우리나라의 교육 방향의 밑거름이 되면 좋겠습니다.

    다음 글도 기대할께요.

  2. 정윤희 아바타
    정윤희

    좋은 글 감사합니다. 너무 현실적이고 공감되는 이야기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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